앵무새는 이겨야하지 않겠니? - 매매기법의 기본틀
이 글은 투자기법의 기초 조건에 대한 내용입니다.
작년에 꽤 화제가 되었던 기사입니다.
팍스넷에서 주최한 모의투자대회에서 10명의 사람과 앵무새 한마리가 투자 대결을 벌였는데 앵무새가 전체 순위 3위를 차지하고 대다수의 투자자보다 좋은 수익률을 올렸다는 것이 기사의 요지이죠.
기사는 결론적으로 매매횟수가 많을수록 손해가 커진다는 단순한 진리를 도출해냅니다. 즉, 잦은 매매보다는 우량주 중심의 중장기 매매로 가야한다는 것입니다. 음, 맞는 말이긴 한데 결론은 좀 부족합니다. 이 기사는 생각보다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앵무새와 사람들은 같은 조건으로 매매를 한 것이 아닙니다. 사람들은 모든 종목에 접근이 가능했고 매매도 마음대로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앵무새는 이와는 다르게 시가총액 상위 15개 종목만을 고를 수 있었고 종목 교체는 첫주에 두 종목을 사고 그후 매주 한종목씩만 교체 매매하도록 했습니다. 이 차이를 눈여겨 보시기 바랍니다. 앵무새와 사람의 조건은 "투자기간"만 같았을 뿐입니다. 스타일은 완전히 다르지요.
만약 앵무새에게 사람처럼 계속 종목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면 그래도 수익률이 좋았을까요? (이를테면 계속 공을 고를 수 있게 하는 것이죠) 아니라고 봅니다. 매매횟수를 줄이는 것이 도움이 됐다는 것을 조금만 생각하면 알수 있습니다. 게다가 앵무새는 제한적인 15개의 우량주만을 선택할 수 있었지요. 일반인들처럼 수백개의 종목 중에 고르라고 했으면 수익률은 역시나...였을 겁니다.
2. 결론적으로 (뉴스가 말한대로) 우량주 중심의 장기투자가 답인가?
앵무새의 투자 스타일을 봅시다. 우량주 중심은 맞습니다. 그러나 1주일마다 종목을 교체했죠. 이것이 장기투자인가요? 아닙니다. 이것은 단기투자 또는 스윙트레이더들의 투자 형태입니다. 투자수익률 대회기간 동안의 보유를 장기라고 한다면 미국에 계신 버핏 어르신이 "이놈~~" 하실 일입니다.
"투자기법 만들기"에 대한 글을 쓰면서 앵무새의 뉴스를 가져온 이유는 이 뉴스에서 여러분이 가야할 길이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앵무새의 조건이 다수의 투자자들보다 더 좋은 투자성과를 보이는데 도움을 주었다."
제가 "앵무새의 조건"이란 단어를 선택했다는 것을 유의하세요.
투자에 대한 공부나 특별한 지식이 없이 "단순한 투자 조건"만으로도 앵무새는 뛰어난 실적을 올렸다는 사실을 이해해야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이 앵무새의 조건을 이해하고 거기에 자신만의 투자 아이디어까지 결합한다면 수익률은 몰라보게 좋아질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앵무새의 조건에 대해 분석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위의 투자 대회는 2009년 6월 25일부터 8월 5일까지 열린 대회였습니다.
그 기간동안 코스피 지수는 <1392>에서 <1559>로 올랐고 이것은 약 12%의 상승률입니다.
앵무새의 투자 수익률 : 13.6 % (전체 11명 투자자 중 3위)
투자자들의 평균 수익률 : - 1.3 %
일반 투자자들은 대부분 시장 평균도 못 쫓아갔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에 비해 앵무새는 근소하지만 시장 수익률을 앞지르고 있습니다.정말 단순한 매매방식이지만 갖가지 기교를 구사하는 투자자들보다 좋은 성과를 얻을수 있었습니다. 우습지만, 여러분들도 15개 우량 종목의 공을 만들어 놓고 매주 한번씩 눈을 감고 고른 다음 종목교체를 한다면 시장의 평균을 따라가거나 그보다 근소한 차이로 이기는 매매를 계속 할 수 있습니다.(방법론적으로 앵무새의 기법과 차이가 없기 때문입니다)
앵무새가 일반 투자자들보다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크게 세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첫째, 감정이 개입할 여지가 없습니다.
정해진 패턴대로만 매매를 하고 자신의 개인적인 판단은 배제했기에 순간의 등락이나 장세에 연연하지 않고 매매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앵무새가 뉴스를 보고 흥분하거나 조급할 일은 없었을테니까요(^-^)
둘째, 매매 횟수를 제한함으로서 불필요한 낭비를 줄였습니다.
일주일에 한번만 종목 교체를 함으로서 시간에 따른 이득을 철저하게 얻었습니다. 매매횟수는 줄이면 줄일수록 좋습니다. 이 말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 당신은 아직 자신의 매매가 실패하는 이유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해 보지 않은 사람입니다. 이런 말이 있습니다.
"고수는 자주 싸우지 않는다, 그러나 싸우게 되면 반드시 이긴다."
고수는 매일 싸우지 않습니다. 이길지 질지 생각도 안하고 감정에 휩쓸려 매일 싸우는 것은 양아치나 하수들의 이야기입니다. 고수는 정확히 이길 싸움, 그리고 득이 되는 싸움만을 합니다. 이것은 매매에 있어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지금의 매매는 고수의 매매입니까? 양아치의 매매입니까? 매매를 하기 전에 이 질문을 자신에게 던져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감정에 휘둘려 원칙없이 매매를 하려 하고 있다면 그것은 양아치 매매입니다.
셋째, 선택을 제한함으로서 이익을 낼 확률을 높였습니다.(가장 중요한 이유입니다)
세번째 이유에 대해서는 수긍하는 분들도 있고 반발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언뜻 생각하면 수백개나 되는 종목을 고를 수 있다는 것이 큰 매력으로 보일수도 있습니다. 종목에 따라서는 하루에 큰폭의 상승을 보이는 종목도 있기에 그런 종목을 발굴한다면 대박도 꿈꿀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선택의 자유가 많다고 좋은 종목을 발굴할 거라는 생각은 오산입니다. 코스피 기준 850여개의 종목 가운데 뛰어난 상승률을 지닌 종목을 내가 발굴할 거라는 생각은 조금 무리입니다.(장기투자는 제외입니다)
오히려 선택의 폭을 줄임으로서 수익률이 상승할 수 있습니다.
앵무새는 우량주 15개만을 선택할 수 있었기에 코스피 지수와 비슷한 수익률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성공하는 투자자들을 보면 한분야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이곤 합니다. 가치주만을 전문적으로 발굴하는 분이 계시는가 하면 저평가 자산주 또는 성장주 발굴에 탁월하신 분들도 계십니다. 제가 처음 주식을 공부할 때는 이러한 여러 장르(?)에서 성공하신 분들의 책을 읽다보니 어떤 것이 정말 좋은지 헷갈렸었는데 결국 모든 책을 접하다보니 자연스레 떠오르는 생각이 있더군요.
"성공하는 투자자는 자신있는 분야가 있다."
이것은 선택의 폭을 줄인 결과입니다.
모든 종목에 접근하여 이득을 얻으려고 한것이 아니라 자신이 자신있는 분야에만 매달린 결과지요. 이른 바 "선택과 집중의 효과"라고 할까요? 앵무새의 경우엔 사람이 선택의 폭을 정해줬지만, 굳이 따지려면 [우량주 15개 내에서만 매매한다]라는 선택의 제한을 세운 것이지요. 선택을 제한함으로서 오히려 무언가를 골라야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선택의 제한에 관한 문제는 후에 다시 다루겠습니다)
왠지 답답할 것 같은 매매방식이지만, 이것저것 쓸데없이 아는 것보다는 한 우물을 깊게 파야 성공한다는 것을 여러분은 사회생활을 통해 체득하고 있습니다. 주식이라고 다를까요? 어디에서나 전문가가 성공하게 마련입니다. 모든 종목을 수박 겉핡기 식으로 아는 것보다 한가지 분야의 주식을 제대로 아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자, 위의 이유들을 통해서 여러분이 만들어야할 매매기법의 기본 틀이 보이기 시작할 겁니다.
여러분이 만들어야할 매매기법은,
1) 뉴스에 휘둘리거나 감정이 개입되지 않아야 하며,
2) 매매횟수를 되도록 줄여야 하고
3) 선택을 줄여 효율성을 높여야 합니다.
이것이 매매기법의 기본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이야기는 다음편으로 넘어갑니다 (^-^) 부족한 머리에서 글을 짜내려니 어렵네요. ㅎㅎ
앵무새는 계속 시장을 이길 수 있을까?
: 계속 시장을 이긴다기 보다는 계속 시장과 비슷한 수익률을 유지할 것입니다. 이는 앵무새의 선택 제한에 기인한 결과입니다. 앵무새의 15개 종목은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상당한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종목들입니다. 즉, 코스피의 움직임과 종목들의 움직임이 비슷한 것이지요.
결과적으로 코스피와 수익률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코스피가 큰폭으로 하락한다면 당연히 앵무새의 수익률도 그와 비슷한 폭으로 하락할 것입니다. 이것은 이를테면 소규모의 ETF펀드와 비슷한 겁니다. 만약 여러분이 시장을 더 큰폭으로 이기고 싶다면 "앵무새의 조건"에다가 여러분의 아이디어를 결합해야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