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가 문제다 아니다 말이 많습니다. 숨겨진 뇌관이라느니 선진국에 비해 한국이 취약하다느니, 가구당 부채가 얼마냐느니 하는 말들이 많죠. 얼마전 새로 한은총재로 임명되신 분께서 가계부채에 대해 한마디 하셨다가 다소 안좋은 소릴 듣고 계시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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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총재가 기자간담회에서 "가계빚보다 가계자산이 빨리 불어나고 있어서 (현재의 가계부채는) 위험한 수준이 아니다"라고 한 발언에 대해 기자가 반박의 언조로 기사를 썼더군요. 금리가 인상되면 가계는 이자의 압박을 받고 또한 주식시장까지 하락해서 더욱 힘들어질거라는 식의 논조입니다. 언뜻 맞는 말처럼 들립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가계의 자산이 늘어난데에는 주식 시장의 폭발적인 장세가 큰 역할을 했으니 주식시장이 하락한다면 가계의 자산도 역시 줄어들것이 확실하기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기사는 자산을 제대로 굴려본 적 없는 기자가 쓴 것 같습니다. 더불어 기사의 논리도 가계 대출의 위험성을 드러냈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왜 그런지 살펴보도록 하죠.
위의 그래프는 해당기사에서 언급한 통계 그래프입니다. 대충보기에도 기사를 지지해주는 것처럼 보입니다. 실제로 기사내용에서 기자는 예금 1억과 대출 1억이 있을 경우 결국엔 이자부담으로 가계에 위험이 닥쳐올것이란 사실을 설득력있게 써놓았습니다. 근데 정말 그럴까요?
이 기자가 간과한 사실이 있습니다.
우리 대부분은 예금 1억과 대출 1억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더 정확히 이야기한다면 예금과 대출을 정확한 비율로 가지고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 이 부분에서 기사가 어긋나게 됩니다.
여기서 잠시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비율이란 것을 보겠습니다.
이게 뭐냐하면 가계가 가지고 있는 금융자산에 비해서 얼만큼의 금융부채를 가지고 있느냐 하는 통계입니다. 더 최신의 자료를 찾을수 있으면 좋겠지만 제가 게으른 탓에 약간(?) 예전 자료를 봅시다. 우리나라는 2008년 현재 47.5%의 금융자산대비 금융부채비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2009년엔 45%로 내려갔지만, 그냥 더 안좋은 경우를 씁시다, 그게 더 확실하니까요)
금융자산대비 금융부채가 47.5%라는 소리는 개인 금융자산이 총 1000만원이라면 개인 금융부채는 평균적으로 475만원이라는 소립니다. 위의 기사가 가정한 "1억 예금" 대 "1억 대출"의 비율과는 현실적으로 차이가 있죠. 그래프를 쭉 보시면 알겠지만, 우리나라는 근 20년동안 40%대에서 왔다리 갔다리 했습니다. 특별히 지금이 심각하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자, 위에 기사에서 따온 "통계"와 "금융부채/금융자산 통계"를 결합해봅시다.
A군의 금융자산이 1000만원이라고 가정할 때
금융자산 구성 (기사 통계를 씁니다) | |
예금(43.3%) | 433만원 |
보험 및 연금(23.7%) | 237만원 |
주식 및 수익증권(27.1%) - 원금보전형 | 271만원 |
기타(5.9%) | 59만원 |
금융부채(47.1% : 금융부채/금융자산 비율) | 471만원 |
총자산 = 금융자산 + 금융부채 | 1471만원 |
편의상 몇가지 가정을 하겠습니다.
1) 보험및 연금은 원금보전형으로 가정한다. 즉, 원금이 바뀌지않고 고정된다.
2) 대출금리는 더 나쁜 상황인 6% 라고 가정한다(계산이 귀찮아서요 ㅋㅋ)
3) 마찬가지 이유로 예금 금리 또한 더 나쁜 상황인 3.5%로 가정한다.
4) 역시 계산이 귀찮으므로 금융부채는 매년 동일하다고 가정.
(긴 기간을 보려는게 아니니 상관없습니다)
자, A군이 저런 상태로 2009년을 지내왔다고 생각해봅시다. 그러면 자산 구성은 이렇게 바뀝니다.
금융자산 변화 | |
예금(+ 연 이자 3.5%) | 448만원 = 433만원 + 약 15만원 |
보험 및 연금(원금보전형이므로 변동 없음) | 237만원 |
주식 및 수익증권(+ 코스피 상승률 47.5%) | 398만원 = 271만원 + 약 127만원 |
기타 - 변동없음 | 59만원 |
금융부채 - 변동없음 | 471만원 |
금융부채 이자 (- 연 6%) | - 약 28만원 |
총자산 = 금융자산 + 금융부채 | 1585만원(+7.7%) |
1) 금리인상에 따른 예금, 대출 이자는 이미 반영했으므로 그대로 유지합니다.
2) 주식시장이 갑자기 20%정도 폭락하는 사태가 일어났다고 가정합니다.
현재 주가 수준에서 1300대후반으로 밀리는 경우죠. 왜 40-50%의 상황이 아니냐고 하신다면....
근 1년이내에 서브프라임 사태만한 문제는 안나올 거라는 생각에서지요. 사실 20%도 후하게 잡은 겁니다.
그 상황에서의 (즉, 기자가 그토록 염려하던 상황에서의) A군 자산 변동을 보죠.
금융자산 변화 | |
예금(+ 연 이자 3.5%) | 463만원 = 448만원 + 약 15만원 |
보험 및 연금(원금보전형이므로 변동 없음) | 237만원 |
주식 및 수익증권(- 코스피 하락률 20%) | 318만원 = 398만원 - 약 80만원 |
기타 - 변동없음 | 59만원 |
금융부채 - 변동없음 | 471만원 |
금융부채 이자 (- 연 6%) | - 약 28만원 |
총자산 = 금융자산 + 금융부채 | 1520만원(-4.2%) |
자산의 타격이 그리 심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2008년도의 기초 자산보다 많은 상황이지요. 대략적으로 넘어간 내용도 있지만, 이것이 기사의 내용보다는 좀더 현실에 가까운 결과입니다. 한은총재가 말했듯이 이자에 따른 손실을 주식이나 수익증권쪽이 훌륭히 방어해주고 있지요. 한은총재쯤 되면 말 한마디라도 조심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아마 이러한 내용을 알았기에 한 말이었겠지요. 그걸 기자가 못알아들은 겁니다.
이것이 한국은행의 시각입니다.
당분간 가계쪽의 문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지요. 부채문제는 꼭 해결해야하는 문제이긴하지만 아직까지는 위험하지않다는 한은의 시각에 저도 찬성합니다. 우리는 너무 예민한 감이 있어요.
부록으로 몇 가지 더 살펴보겠습니다.
금융자산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대출보다 서민들이 대출이 문제 아니냐?
잘사는 사람들은 주식 등으로 수익을 지킬수 있지만, 서민들은 이자의 상승으로 고통스러워할거고 이게 부실부채로 이어져 위기가 올것이다.
많이 들어보신 주장일 겁니다. 일견 타당성이 있어보입니다. 잘사는 사람들은 주식 등으로 수익을 지킬수 있지만, 서민들은 이자의 상승으로 고통스러워할거고 이게 부실부채로 이어져 위기가 올것이다.
잘사는 사람은 주식, 부동산으로 돈 벌고 서민들은 대출 못갚아서 경제 위기가 올것 같고......많은 경제 단체들이나 연대들이 주장하는 내용이죠. 그러나 주장은 맞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정확한 사실을 알기위해선 여러가지 자료와 통계를 봐야하는 겁니다.
가계부채의 대부분인 84.9%의 부채를 3-5분위의 소위 중,상류 계층들이 가지고 있고, 가장 위험하다고 주장하는 최하위 계층의 빚은 4.9%에 불과합니다. 최하위층 모두가 상환이 불가하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그럴 가능성이 적죠. 우리나라 은행들은 그리 호락호락하게 돈을 빌려주지 않습니다.
신용우량 등급인 1-5등급까지의 대출이 전체의 77.8%에 달합니다. 연체도 없고 신용관리가 잘되는 등급들입니다. 이들이 전체 대출의 대부분을 맡고 있습니다. 특히 최상위 1-3등급이 전체의 53%의 빚을 가지고 있는 사실을 눈여겨 보세요.
서브프라임 모지기 사태와 우리가 다른 점은 비우량 등급에 대한 대출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데에 있습니다. 게다가 투자처가 주식과 부동산에 한정되어 있는 국내의 투자 규모도 영향을 미치고 있죠. 그러므로 가계대출에 관한 문제는 아직 예민하지 않아도 될것 같습니다. 뭐 그렇다는 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