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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월드/쉬어가는 글

버핏의 망신


파생상품에 대해 "대량 살상무기"라며 2000년대 초반부터 강력히 비난해온 버핏이 파생상품때문에 망신을 당했다. [기사 바로가기] 

미국 의회에서 파생상품을 규제하기 위해 법안을 하나 마련했는데, 그게 뭐냐하면 대손충당금을 마련하는 것이다. 어떤 파생상품에 투자하려면 투자하는 금액만큼 대손충당금을 적립해야한다는 소리지. 이를테면 보증금이랄까? 

"어이, 100만원을 파생상품에 투자하고 싶으면 보증금 20만원을 내놔"

이게 이번 법안의 핵심이야.
예전엔 보증금 없이도 투자가 가능했는데, 이제 보증금이 필요하면 아무래도 마구 투자하거나 무조건 뛰어들기 어렵겠지? 예전보다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돈이 더 필요하니 레버러지 효과도 떨어지고 말야. 바로 그 효과를 노린거지. 

그러면서 논의가 활발했던게, "이제부터 새로 투자되는 파생상품부터 보증금을 받을 것이냐? 아니면 기존의 파생상품에도 보증금을 부과할 것이냐?" 하는 문제였어. 버핏은 여기서 실수를 한거지. 버핏의 회사인 버크셔 헤서웨이가 약 630억 달러 어치의 파생상품을 가지고 있는데, 기존의 파생상품에 보증금이 부과되면 돈이 더 필요하잖아!!! 그래서 버핏이 로비를 한거지. 기존의 것은 놔두고 새로 시작하는 것들부터 대손충당금을 받자고 말야.

이게 틀어져서 문제가 된 모양인데, 여기서 잠깐 알아두어야 할 사실은 미쿡은 법안통과와 수정을 위한 로비가 활발한 나라야. 로비스트라는 직업이 따로 있을 정도니까 말야. 즉, 그 법안 자체를 아예 없애려고 활동하는 로비스트들도 상당하다는 것이지. 이런 기본 상식을 알고 이번 일을 보면 버핏이 불쌍하지.

버크셔 헤서웨이라는 회사의 입장에서는 파생상품에 투자를 안할래야 안할수가 없어. 알다시피 헤서웨이의 투자자금은 세계 제일이지. 그만큼 돈이 많다는 것이고, 그 돈으로 일정한 수준의 투자이익을 얻기위해서는 파생상품을 일부라도 취급해야지돼. 이미 자본시장에서는 파생상품을 피해서는 투자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어져 버렸어. 말이 파생상품으로 뭉뚱그려 그렇지 사실 더 세분화된 분류로 나타낼수 있는 말이 필요한 실정이지.

선물, 옵션은 말할 것도 없고, ELW도 파생상품이야. 각종 지수들도 파생상품이지. 금거래? 그것도 파생상품이야. 실물자산은 거래소에서 모두 선물거래로 하기때문이지. 그렇기때문에 어떤 종류의 파생상품인가도 무척 중요해. 자산담보부 증권 같은 문제가 많은 파생상품도 있지만 그렇지 않고 일반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파생상품도 있거든. 그러니까 버핏의 회사가 파생상품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급실망하면 안돼. 일단 회사 차원의 시각으로 봐야하는 거야. 

어쨌든, 파생상품에 대해 안좋게 말했던 버핏이 파생상품을 가지고 있고 또한 자신이 가지고 있는 파생상품의 값어치를 보호하기 위해 로비를 벌였다는 사실이 모두에게 실망이 되고 있는 건 사실이야. 근데말야, 내 입장에서는 저것이 당연한 선택이라고 생각해.

개인투자자라면 자신의 소신껏 투자를 할 수 있어. 파생상품이 위험하다고 생각되면 투자 안하면 그만이야. 그렇지만, 회사를 이끄는 수장의 위치에선 자신의 신념과 위배되는 상황에 처하는 경우가 많아. 현실과 신념의 교묘한 줄타기가 필요한 것이지. 버핏의 개인의 경고와 회사 차원의 일을 혼동하면 안돼. 그것은 우매한 시각이야. 담배가 나쁘다는 것을 안다고 해서 담배회사 사장이 담배를 안팔순 없는 거잖아.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현대의 투자세계는 파생상품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게 없어. 만약 투자 자금이 엄청난 회사라면 어쩔수 없이 관여할 수 밖에 없는 분야이지.

버핏이 워낙 유명한 사람이라 이번 일이 크게 불거지는 것일뿐, 사실 법안 자체를 막았다기 보다 회사의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로비를 벌였을 뿐이야. 이건 미국에선 당연한 회사차원의 일이라구. 사람들이 잘못생각하고 있는 게, "버핏과 버크셔 헤서웨이가 동일한 개체"라고 보는데에 있어. 

물론 최종적 책임은 버핏에게 돌아가는 게 맞지만, 그 과정은 회사에서 이루어지는 일임을 알면 이번 일이 그리 당혹스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게 내 생각. 적어도 이 법안이 생기기까지 버핏의 노력은 인정하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