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경제암호 풀기

기사제대로보기 - 집값은 거품인가?



약간 어이없는 통계을 바탕으로 한 기사가 나와서 살펴보려한다.  [원문바로가기]
기사 자체는 우리나라 부동산이 거품 논란에 휩싸였다는 것이다. 그 말이야 예전부터 있어왔었고, 실제로 거품의 징후가 있기도 하다. 그래서 전문가들이 우려섞인 목소리로 걱정들을 하는데, 실제로 거품인지는 아직 판별 중이다. 하지만 인구분포에 따른 다른 나라(미국, 일본)의 사례를 보면 우리나라도 고점이 얼마남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이에 대해선 다음에 다루어 보자)

기사는 "늘 있어왔던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라는 내용으로서 그 자체에는 별 문제가 없다.
다만, 관련 통계로 가져온 "하나금융경제연구소의 통계"가 문제이다.

언뜻 통계를 들여다보면 대략 세가지 정도를 유추할 수 있다.
1. 우리나라의 GDP 증가율이 근 20년동안 떨어졌다.
2. 우리나라의 광의의 통화량(M2) 증가율이 큰폭으로 떨어졌다.
3. 근데 집값 상승율은 (GDP, M2에 비해) 올라갔다.

결론 : 그러므로 우리나라 경제 수준에 비해 집값 상승이 높다.
근데 이 결론이 정말 맞을까?
사실 맞는지는 알수없다. 그러나 이 통계로 내린 결론이라면 "틀렸다"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통계의 원하는 부분만 취합해서 전문가의 결론인냥 써대는 것에 대해서는 참...)
 
일단 이 통계에 쓰인 "증가율"이란 개념을 집어보자. 쉽게 이야기하겠다.

1년째 = 10억달러
2년째 = 20억달러
3년째 = 30억달러
4년째 = 40억달러.....
이런식으로 국내 총생산량이 매년 10억달러씩 고정적으로 늘어나는 나라가 있다고 하자.

2년째의 이 나라 GDP증가율은 100%이다. 전년보다 2배가 됐으니 당연하다. 3년째엔 50%이다. 20억달러의 절반인 10억달러만 늘어났으니 당연하다. 4년째엔? 증가율이 33%로 떨어진다. 5년째엔 25%, 6년째엔 20%...이런식으로 쭉쭉 떨어진다. 매년 10억달러라는 안정적인 증가가 있어도 GDP 증가율은 둔화되기 마련이다.  

약간 극단적인 예이지만, 하고 싶은 말은 충분히 전해졌으리라 생각한다.
즉, "경제규모가 커질수록 GDP증가율은 둔화된다"라는 말이다. 지난해에 10억달러를 생산했다면 올해의 20억은 100% 증가이지만, 지난해 100억을 생산했다면 올해의 20억 생산은 마이너스 증가밖에 안된다. 경제규모가 커지면 그런 문제가 생긴다. 이것이 증가율만을 따졌을 때의 문제이다.

물론 계속 성장하는 것이 좋지만 시장에는 한계가 있다. 무한한 증가란 없는 것이다. 유럽이나 일본이나 미국의 GDP가 둔화되는 이유가 걔들이 무조건 무능하거나 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근 20년동안 우리나라의 GDP증가율이 둔화되었다는 것은 그동안의 우리나라 경제발전상태를 볼 때, 당연히 따라오는 결론이다.  

광의의 통화량(M2)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광의의 통화량이 뭔가하면, 일명 "총통화"로 불리우는 지표이다. 한국은행이 발행한 현금 + 은행의 저축성 예금 + 외화예금이 합쳐진 통화량이다. 쉽게 이야기해서 우리나라에 "실제 돈"이 얼마나 풀려있냐 하는 것이다.(여기서 실제 돈이라 쓴 이유는 실제 돈이 아닌 돈도 꽤 있기 때문이다. 이것도 기회가 되면 나중에 다루어보자)

앞서 쓴대로 증가율이란 개념의 맹점은 전체 크기가 증가하면 증가율이 둔화된다는 것에 있다. 당연히 통화량 역시 그렇다. 돈이 시중에 많이 풀릴수록 돈의 증가율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그렇기에 저 통계가 미심쩍게 된다.
 
이쯤에서 일격을 날려보자.
한국은행의 주택 매매 가격지수 변동과 M2(광의의 통화량)의 실제 증가통계이다.
(증가율이 아니란 것에 주목하자)

파란색으로 표시된 선이 주택가격 매매지수이고, 빨간선이 광의의 통화량(M2)이다. 통계는 1984년 이후에 작성되었다. 보면 알겠지만, 위의 통계와는 다르게 둘이 사이좋게 우상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주택가격이 좀 출렁거렸지만, 둘이 비슷한 수준으로 증가하는 것을 알수있다. 이게 사실이다.

위의 통계와 다른 점은?
돈의 증가와 집값의 증가가 사이좋게 늘어났다. 거품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위의 하나
금융경제 연구소의 통계와는 느낌부터 틀리다.

통계란, 잘만 사용하면 여러가지 사실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게 해주는 고마운 도구이지만, 쓰는 이에 따라서는 자신이 원하는 결과만을 "마치 사실인냥" 포장해주는 도구로도 종종 쓰인다. 이런 것 신경 안쓰고 살면 좋겠지만서도, 어쩔수 있나? 우리가 정신차리고 공부하는 수밖에...한숨만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