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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투자를 위한 기술

기업의 가치는 누구도 확실히 알수 없다 - 4편

<이런 책들을 보면 기업가치산정방법을 확실히 알게 될거라고들 생각한다>


3편의 마지막은 "공식적인 할인률은 없다"라는 것으로 맺었었다.
이제 왜 공식적인 할인률이 없는지를 알아보자.

3편에서 이야기했듯이 할인률로서 대충(이 단어가 정말 잘어울린다) 쓰는 것이 [인플레이션 + 기대수익률]이라고 했었다. 물가상승률에다가 국채 수익률 또는 은행이자, 회사채 금리 등등을 합하는 방법으로 다양하게 쓰인다. 사람마다 조금씩 다른 식으로 할인률을 산정하지만, 정답은 없다.

즉, 자기가 보기에 가장 합리적인 수치를 사용한다.

잘생각해보면 이게 상당히 웃기는 일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이 말은 "자기가 기업의 가치를 산정하는 기준을 정한다" 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기업의 가치는 내가 정한 기준으로 결정된다. 아리까리한가?
말이 헷갈려서 그렇지 쉽게 쓰면 다음과 같다.

[기업가치를 산정하는 할인률 = 인플레이션 + 내가 정한 수익률]

"내가 정한 기준이 기업의 가치 산정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라는 게 정확한 해석이다.
결과적으로 내가 어떤 기준을 잡느냐에 따라 (할인률을 사용한 기업가치 계산은) 삼성전자를 우량기업으로 볼수도 있고  불량기업으로 볼수도 있다. 내가 높은 수익을 기대하여 할인률을 높게 산정하면 불량기업이 많이 보이는 것이고, 낮은 기대수익률을 기대하고 할인률을 낮추면 우량기업이 많아 보이게 된다.(당연히 누구나 다른 기대수익률을 가지고 있기에 공식적인 수치라는 게 산정될 수 없다)

앞서도 이야기했듯이 대부분 사람들이 기업가치를 할인률을 사용해 산정하는데, 생각해보라.

"내 기대수치가 기업의 현재가치이다."

이 명제에 대해 납득이 되는가? 나는 납득이 안된다.
할인률을 사용하는 기업가치 분석에서는 내가 기업에 어느 정도의 기대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기업의 현재가치가 달라진다.

즉, 기업의 가치는 내 기대값이다.


이것은 정확히 맞는 말이지만, 가치 투자자들이 주장하는 기업가치 산정의 기본 성격과는 전혀 다른 말이다. 그러나 가치투자자들은 그렇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마치 기업의 본질적 가치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마법의 공식이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살펴보면 그 값은 자신의 기대값이다. 기업가치의 본질적 파악이라는 가치투자의 명제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할인률을 사용하는 모든 기업가치 산정방법은 절대로 정확한 가치를 산정할 수 없다. 할인률 자체가  이렇게 문제투성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것이 할인률 문제의 다일까? 아니다. 다른 문제가 또 있다.

인플레이션

할인률을 이루는 또 하나의 조건이다. 누구든 인플레이션률을 미리 예측할 수 있다면, 축하한다. 당신은 신이다. 일정한 시간마다 국가에서 산출하는 공식 인플레이션은 막대한 자원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산출하고, 그것도 부족하여 전분기 수정을 밥 먹듯이 하는 지표 중에 하나이다. 심할 경우는 몇년 전의 인플레이션 수치를 수정하기도 한다. 그만큼 변수가 많고 복잡한 작업이다. 이러한 수치를 개인이 추정해서 대략적으로 쓰는 것은 사실 때려맞추기에 가깝다.

그냥 쉽게 생각해서, 내가 추측한 대략적인 인플레이션 평균(또는 산출한 평균)을 쓴다고 치자. 그리고 내 투자의 기대값인 기대수익률을 합해서 할인률을 썼다고 치자. 그것은 가정에 가정을 더한 공식이다. 가정에 가정을 더해 제대로 나오는 공식은 없다. 그것은 그냥 "기대감"이라고 말한다.

할인률은 결국 그냥 기대값이다. 그냥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는 임의의 숫자이다.
이것이 현재 시중에서 떠돌고 있는 가치투자 공식들의 진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경우도 생각해보아야한다.
어떤 사람이 굉장한 노력과 지식과 데이터를 사용해서 정말 합리적인 할인률을 산출했으나 그걸 공개하고 있지않을수도 있다는 경우말이다. 혹시 그런 사람이 있다면 워렌 버핏이 그런 사람일거라고 자연스레 떠오르기는 한다. (^-^);;;;

하지만 이런 굉장한 경우에도 가치투자 공식들의 헛점은 남아있다.
.....5편에 계속하겠다.